
이곳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팡테옹’ 이다. 팡테옹은 본래는 성당이였으나 여러 과정을 거쳐 프랑스의 역사적 위인들이 안장된 국립묘지가 되었다. 이곳을 알게 된 계기는 이탈리아 철학자 ‘움베르토 에코’ 를 알고 나서부터다. 그리고 약 2년 후 프랑스 여행 중에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푸코의 진자를 보러 왔다. 눈앞에 보이는 이 진자가 ‘뭐가 그리 특별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의 소설을 읽고 왔다면 이 진자가 달리 보였을 수도 있을 거 같다. 그의 소설은 정말 쉽게 읽히지가 않는다. 너무 어렵다. 그래도 틈틈히 서재에 놓인 그의 책이 보일 때마다 용기를 내어 집어 들고서는 집을 나설 때가 간혹 있다.
이 진자가 매달린 줄의 시작 지점은 성당 돔 천장인데 그곳을 중심 축으로 하여 진자는 좌우로 움직인다. 여기까지는 별로 특별하지 않다. 그런데 이 진자가 움직이는 면이 회전을 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지구가 자전하기 때문에 흔들이의 진동면은 자전의 방향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회전한다’ 라고 나온다. 무슨 말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지만, 여하튼 지구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서 이 진자가 유명해졌고, 이 실험을 한 장소인 이곳 팡테옹이 세계적인 명소가 된 것이다. 그리고 나도 이렇게 명소가 된 이곳 팡테옹에 와 본 것이다.
팡테옹을 방문한 자로서 책에 언급된 이 진자를 통한 지구 회전 증명 원리를 좀 더 쉽게 이해해 보기로 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진자가 사진 속에서는 앞뒤로 왔다갔다 하고 있다. 시간이 흘러 같은 위치에서 사진을 촬영하면 이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거라고 생각을 해본다. 확실하지는 않다. 하지만 맞는 거 같다. 왜냐하면 사진 속 테두리에 눈금이 표시되어 있는 게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좁은 시각으로 사진 속을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에 잠시 반성을 하게 된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었잖아!’ 그리고 증명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한다.
이번엔 ‘지구가 회전을 하고 있다 라는 사실이 뭐가 그리 놀라울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지금은 그것이 교과서에 실려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에 의심 없는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시절에는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한 세상의 동작 원리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 모든 이들을 놀라게 했기에 당시에는 매우 놀랐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지금도 그러한 놀라운 사실들이 있을 것이다. 한 예로 가끔씩 신문에 나오는 블랙홀에 관한 몰랐던 사실이 그럴 것이고, 또 한 예로 기존 역사의 틀을 흔드는 고고학적 유물이 발견된 경우가 그럴 것이다.
아직도 ‘위 사실이 뭐가 그리 놀라울까’ 하는 생각이 가시지 않아서 좀 더 달리 생각해 보기로 했다 — 잠시 교육의 힘을 새삼 느낀다. 나는 위 푸코의 진자를 통한 세상의 동작 원리 중 하나를 증명해 낸 것처럼 이번엔 그 반대 방향에 적용해 보기로 했다. 바깥 세상의 원리를 안쪽 세상으로 적용해 보는 것이다. 쉽게 말해, 나 자신에 대해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순간이 있을텐데 이러한 상황에 자전의 발견의 놀라움을 비유해 보려고 한다. 보통은 나 자신에 대해서 불편한 면을 알고 싶지 않아서 회피해 왔을 거 같다. 그런데 회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 자신의 불편한 면을 알게 된 첫번째 상황에 놓였다고 가정을 해보자. 아마도 지구가 회전을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시절의 충격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해보고 싶다. 누구에게나 이런 순간은 한번쯤은 마주하는 경험이 있지 않을까! 아직 그러한 경험이 없었다면 언젠가 죽기 전에 한번쯤은 ‘지구가 자전한다’ 는 사실이 얼마나 충격적인지를 알게 되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 본다. 그것은 세상의 동작 원리 중 하나를 알게 된 것처럼 나를 움직이게 하는 나의 동작 원리 중 하나를 알게 된 것일 수 있을 거 같다.
갑자기 움베르토 에코가 쓴 소설 제목 ‘푸코의 진자’가 확 와 닿는다. 책 표지만 봐도 손에 들고 싶지 않은 어려운 문장들이 눈과 머리를 아프게 하지만 어떻게든 이 책을 읽어 보리라 다짐하는 순간이다. 움베르토 에코가 나를 푸코의 진자가 있는 팡테옹으로 안내를 했고, 그곳은 다시 움베르토 에코가 쓴 ‘푸코의 진자’ 로 나를 안내하는 거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