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주리 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여기는 오랑주리 미술관이다. 사람은 누구나 중요한 순간에 엉뚱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거 같다. 정신을 아무리 바짝 차려야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내세우고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내가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그러한 엉뚱한 선택을 했던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아침 일찍 이곳 미술관에 문 여는 시간보다 20분 일찍 도착했다. 그리고 입장이 시작되고 이렇게 모네의 수련을 감상하고 있다. 이곳에 들어와서 이렇게 감탄을 하면서 작품을 보고 있는 중이다. 이 공간에만 수련 작품이 있는 것이 아니고 옆방에도 있고 그 옆방에도 있다. 그러면서 내가 마음에 드는 수련 작품을 찾아보기도 했다. 시간이 제법 소요되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오랑주리 미술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몇 달이 흘러 오랑주리 미술관에서 했던 경험 중에 무언가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오랑주리 미술관에는 모네의 수련 작품만을 전시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오랑주리가 보유한 수많은 그림을 안 보고 만족스럽게 미술관을 나섰던 것이다. 그만큼 모네의 수련은 강렬한 임팩트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강렬한 경험은 어이없는 선택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이때 왜 이런 선택을 했던 것일까’ 하며 계속 생각해 보고 있는데 정확한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다. 몇 가지 추측을 해보기는 했는데, 첫째는 이 많은 사람들이 다른 공간으로 이동을 안하고 이곳에 계속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랑주리 미술관은 수련 작품만 있는 것일까 하는 체면에 빠져든 거 같기도 하다. 둘째는 누군가가 “수련만 보면 돼!” 라고 말한 것을 들은 거 같다. ‘그렇구나!’ 하고 또 체면에 빠져든 거 같기도 하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 두 가지 이유가 작용했는지 확실하지 않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랑주리 미술관에 있는 모네의 수련 작품은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콩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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